빨강머리 앤의 머리 염색에 대한 고찰 빨강머리앤 소설

   빨강머리 앤 27장에서 앤은 예뻐지고 싶다는 여성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려고 마릴라가 없는 틈을 타서 머리를 염색합니다. 염색은 실패하고 앤의 머리는 초록색이 되어 앤의 말대로 빨간 머리보다 나쁜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초록색 머리는 그보다 열배는 더 나쁘게 됩니다. 방물장수가 한 말 중에 절대로 물이 빠지지 않는다는 말은 맞아서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맙니다. 

   이 상황은 세계 여러 나라의 미용실에 빨강머리 앤의 이름을 붙이게 되고 홍보 문구로도 쓰이게 되어 우리나라에도 많은 빨강머리 앤이라는 이름이 붙은 미용실이 있고 모발 관련 제품의 이름으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동네 미용실이나 홍보 문구에서 이런 말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커트 파마 염색 전문 빨강머리앤 미용실"
   "빨강머리 앤처럼 집에서 염색하면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염색은 전문 미용실에서"
   "빨강머리 앤은 염색에 실패했지만 이 염색약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1800년대 빅토리아 시대에도 염색은 이미 존재했고 많은 자연재료를 사용한 염색이 있었습니다. 화학적 염색은 1863년 PPD(Paraphenylenediamine,PPDA)의 발견으로 시작되었고 1900년초 프랑스 화학자 '유젠 슈엘러(Eugene Schueller)'에 의해 비교적 안전한 염색제가 개발되어 '로레알(L'Oreal)'이라는 회사가 됩니다. 1890년경에는 인도에서 온 자연재료인 헤나 염색도 유럽과 미주에서 유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PPD는 발암 의심물질 또는 발암물질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빨강머리 앤의 시대는 1890년대라고 생각되고 아무리 머리를 감아도 물이 빠지지 않았다는 구절로 앤이 방물장수에게서 산 제품은 화학적 염색약으로 사기성 가짜 상품이었을 수도 있고, 인도의 염색 재료인 헤나를 사용한 제품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앤이 가진 돈은 50센트 밖에 없었고 염색약은 75센트였지만 친절한(?) 방물장수 아저씨는 앤에게 있는 돈만 받고 팝니다.

 

   안전한 화학적 염색약이 당시 개발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초록 지붕집에 얹혀 살던 가난한 고아 앤이 용돈(원문-chicken money:푼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닐 겁니다. 그러므로 조악한 품질의 불량품일 확률이 높습니다. 암모니아 수(탈색제) + 헤나(염색제) + 과산화수소(산화제) 등의 조합이었겠죠. 불량 염색약은 아무리 사용법대로 염색한다고 해도 실패할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외국의 앤 팬들도 이것을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관점에서 헤나나 염색약이 불량품은 아니지만 사용법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앤 자신은 설명서에 있는대로 오래된 브러쉬에 묻혀서 한 병을 모두 염색했다고 말하지만 빨간 머리가 평생의 불행인 앤이 까만 머리가 되기 바로 전의 그 상황에서 앤의 성격상 설명서를 제대로 읽었을 확률은 극히 희박할 수 있겠습니다. 헤나 염색약이든지 탈색제나 산화제를 함께 써야하는 염색약을 잘못 사용했을 수도 있다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헤나는 인도에 자생하는 관목의 잎을 분말로 만든 것인데 내츄럴 헤나는 오렌지빛으로 염색되고 인디고(블랙) 헤나는 청색, 뉴트럴 헤나는 무색, 허브 헤나는 갈색 등으로 염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검은 머리로 염색을 하기 위해서는 내츄럴과 인디고를 섞어서 써야 하는데 내츄럴은 오렌지색으로 염색이 되고 그것에 인디고의 청색이 더해지면 검은색이 됩니다.
   앤이 샀던 염색약은 이런 경우 인디고 헤나만 사서 바르게 되어 본바탕 빨간 머리에 파란색을 더하게 되면 염색약은 색처럼 섞이는 것이 아니니 초록색 머리가 되면 맞겠습니다. 실제로 빨간색과 파란색 물감을 섞으면 보라색이긴 하지만 정말로 괴상한 초록색 비슷한 보라색이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원래 헤나는 물에 풀게 되면 염색 성분이 물로 빠져 나가버려서 분말로 판매되기 때문에 앤이 샀던 약은 소설의 내용으로 보나 애니메이션의 재현을 보아서도 병에 든 염색약이니 이 경우는 아닐 확률이 더 높습니다.
   그렇다고 현대의 염색약처럼 탈색제와 산화제, 염모제 등이 모두 갖추어진 한 병의 약이 있었을리도 없겠고요.

   즉, 앤이 샀던 염색약은 조악한 품질의 불량 염색약일 것입니다. 그것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빨강머리 앤에서 나오는 방물장수의 상술 그대로 우리 시장에서 저렴한 상품이나 짝퉁으로 둔갑하여 팔리고 있습니다.

   § 빨강머리 앤의 방물장수 : 독일에서 아내와 애들을 데려오려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동정심을 유발한다 -> 앤의 눈길이 염색약에 고정된다 -> 상품의 장점을 과장해서 설명한다 -> 앤에게만 싸게 파는 것으로 보이게 한다 -> 산다 -> 돈을 챙긴다

   § 우리나라 약장수 : 무료로 뭐 준다고 사람들을 모은다(애들은 가야한다) -> 화려하게 포장된 건강보조식품을 보여준다 -> 산삼 수준의 효과가 있는 것처럼 설명한다 -> 지금 사가는 사람에게만 무료로 주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 산다 -> 돈을 챙긴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여사의 작풍을 생각하면 기록은 없지만 여사 자신이 방물장수에게 속아서 뭔가 샀던 것이 분명합니다. 가짜 염색약을 주의하시고 되도록이면 전문 미용실에서 안전하게 염색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싸게 먹힙니다. 빨강머리 앤이 몸소 자신의 머리카락을 모조리 잘라가며 보여주었음을 기억합시다.

 

 관련 게시물
http://ignorams.egloos.com/3138953
http://ignorams.egloos.com/3138982

 수정 정보 (09.06.17)
   1840년대 이미 화학적 염색약이 있었습니다. 이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ignorams.egloos.com/4983009
http://thevirtualdimemuseum.blogspot.com/2008/04/circassian-hair-care-system-1875.html
  
   염색되는 모발의 색의 조합에 대한 정보는 이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cience.howstuffworks.com/hair-coloring4.htm

   어떻든 앤은 실패했지만 믿을 수 있는 염색약과 염색 전문 미용실을 찾아서 안전하게 염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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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앤과 머리 염색 이야기 2009/06/17 01:20 #

    1843년의 염색약 선전 포스터. 체르케스 머리 염색약. "흐리고 빨갛고 회색인 머리를 아름다운 갈색 이나 검은 머리로 바꿔드립니다(for changing light, red or grey hair to a beautiful brown or black)" 이라고 씌여 있다. 이 염색약은 앤이 사용했던 싸구려와는 달리 까맣고 윤기나는 검은 머리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로맨티스트님의 빨강머리 앤의 머리 염색에 대한 고찰 글과 함께 합니다......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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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校獸님ㄳ 2009/06/16 19:04 # 답글

    오, 추억속의 작품과 이런 사실 추적이 함꼐 있으니 재밌네요. 잘 읽고 갑니다.
  • 로맨티스트 2009/06/17 17:00 #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 a 2009/06/16 20:28 # 삭제 답글

    태그 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덕분에 미친듯이 웃었음 상술 펄렁귀 허영심 ㅋㅋㅋㅋㅋ
  • 로맨티스트 2009/06/17 17:01 #

    넹, 그때나 지금이나 본성은 같으니까 빨강머리 앤이 100년이 넘어서도 남아있게 된 것 같습니다.
  • 히비키 2009/06/16 20:50 # 답글

    아 저도 태그보고 미친듯이 웃었어요! 거기다가 옆에 보니 서니브룩농장의 레베카 링크가...
    어릴때 뭔가 해적판스러운 제목으로 읽고 팬이 되었는데 요렇게 다시보니 새롭네요. 사야겠어요 ^-^ 감사합니다~
  • 로맨티스트 2009/06/17 17:04 #

    서니브룩 농장의 레베카는 빨강머리 앤을 베낀 것 같은 작품입니다.
    그런데도 먼저 나왔으니 빨강머리 앤이 그 작품을 베낀 게 되버렸죠.
    지금 같으면 한바탕 저작권 시비가 붙어야 되겠지만 실제로도 몽고메리 여사는 그 책을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시대가 그런 작품을 요구했다 그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드로이드 2009/06/16 21:29 # 답글

    외국의 앤 팬들도 이것을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양덕은 한계가 없군요.ㄱ-
  • 로맨티스트 2009/06/17 17:05 #

    감사합니다. 양덕이라고까지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에 게시물은 하루에 하나는 올리려고 2003년 이래로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 나디르Khan★ 2009/06/17 00:50 # 답글

    이오공감으로 갔으면 하는 글이군요....이렇게 신선할수가 ㅋㅋㅋ
  • 로맨티스트 2009/06/17 17:08 #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신선한 길'은 엑토르 말로 소설 집없는 아이에 나온답니다. ㅋ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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