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모드 몽고메리 과수원의 킬머니 한국어 번역 초판 - 윤백 번역 과수원의 세레나아드 빨강머리앤 소설

  1960년 대동당에서 『앤의 청춘(애번리의 앤; 에이번리의 앤)』이 처음 한글로 번역되어 나온 직후 <과수원의 킬머니(Kilmeny of the Orchard), 1910>가 한글로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고 윤백(尹伯) 선생 번역으로 1960년 12월 20일에 문호사에서 출간된 『과수원의 세레나아드』입니다.

 
과수원의 세레나아드 표지 ; 판권 페이지 © 1960 문호사, 국립중앙도서관 nl.go.kr

  당연히 일본어 판본이 원전이라서 제목마저 일본어투입니다. 우리말에서 지워나가고 있는 몇몇 일본식 한자, 일본식 영어가 포함되어 있는 것의 전형적인 제목입니다. 1960~70년대에는 <과수원의 세레나아데>를 흔히 쓰다가 80년대 이후 외래어 표기가 나아져서 <과수원 이야기>, <과수원의 세레나데>를 통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완역은 동서문화사 간행의 <ANNE 9 - 달이가고 해가 가고, 2002; 2004; 2012; 2014, 김유경 역>에 포함된 <과수원의 세레나데>이고, 편역 판본은 어린이용 <빨간 머리 앤 - 어린이를 위한 세계 명작 1, 지경사, 양수현 역, 2018>에 포함되어 있는 <과수원의 킬머니>입니다. 우리나라 판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시인 신동엽(申東曄, 1930~1969) 선생이 번역한 1968년 여학생사 간행의 <과수원의 세레나아데>로 청목사에 의해 <과수원의 세레나데>라는 제목으로 9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단행본이 나왔습니다.
  일본어 번역은 무라오카 하나코에 의해 1957년 신초샤(新潮社)에서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이 일본 초판을 불과 3년만에 윤백 선생이 한글로 번역한 것이고, 일본은 거의 모든 초판을 무라오카 하나코가 번역한 것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신지식 여사만이 번역한 것이 아닌 다른 분의 번역입니다. <빨강머리 앤>이라는 제목이 일본의 영향인 것처럼 과수원의 세레나데도 무라오카 하나코에 의해 지어진 <과수원의 세레나아도(果樹園のセレナーデ)>가 그대로 번역되어 <과수원의 세레나아드>라는 이상한 제목이 되었습니다.
  일본의 영향을 줄여 나가는 취지도 있지만 로맨티스트가 영어 원제를 기억하기 쉽도록 일부러 지은 제목인 <과수원의 킬머니>가 앞으로 쓰여야 할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 유페이퍼와 지경사(양수현 번역)의 실제 사용에 감사를 드립니다.

유페이퍼 과수원의 킬머니 영어 e북 & 오디오북(영어 학습용) : 구매 링크
지경사 빨강머리 앤 + 과수원의 킬머니 합본(어린이용 만화 + 텍스트) : 구매 링크

과수원의 킬머니 내용 중 일러스트 © 2018 지경사, yes24.com

  문호사(文豪社)는 동란 직후 이동주 사장이 1953년에 정식 등록한 서울 종로 소재의(이후 마포로 이전) 출판사입니다. 60~80년대 즈음이 전성기였고 후임은 이종태 사장이었습니다. 문호사는 교과서, 학습교재, 인문서, 교양서, 문학서 등으로 오랜 세월 한국 출판계를 이끌었습니다. 교과서의 경우에는 동아출판사, 교학사, 금성출판사와 비견되는 수준이었고, 번역 문학의 경우 1958년 <의사 지바고 상·하권>의 염가판을 첫 베스트셀러로 만들었습니다. 1961년에는 국어학자 이응백의 <한글맞춤법사전>을 출간했고, 학습교재는 20만부의 판매고를 올렸던 종합공부에 이어 60년대에 <표준전과>나 <동아전과>만큼은 아니었지만 <문호전과>로 유명했습니다. 아동문학이나 한국문학의 경우에도 종종 전집과 단행본을 냈습니다. 한국 현대 단편을 영어로 번역하여 해외에 수출도 했고, 1965년 염상섭, 이상, 유진오, 최정희, 함대훈, 정비석 등의 작품을 정리하여 전집으로 낸 한국문학백선(韓國文學百選)이 유명했습니다. 이후 교과서 출판에 전념하였고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교과서(2종) 대표 출판사 중의 하나였습니다. 현재 90년생 이전의 세대는 이 출판사의 교과서나 학습교재로 중·고등학교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입니다. 문호사는 1998년 이종태 사장이 별세하고 나서 2001년에 폐업했습니다.

  번역자 윤백 선생은 시인의 고장인 대구 출신으로 1940~70년대에 활동한 시인이자 수필가, 번역가로 특히 현대 문체론을 정리한 이태준, 박목월과 함께 거론되는 문장이론가입니다. 현대 문체론의 중심에 있는 저서의 처음은 이태준(해방 후 월북)의 1940년 초판의 <문장강화(文章講話), 문장사>이고, 이어서 두번째가 1953년 초판의 박목월과 윤백 공저인 <문장강화, 계몽사>입니다. 이태준의 저서는 국내의 메이저 출판사에서 수정판을 현재도 그대로 내는 글쓰기의 고전입니다. 박목월은 조지훈과 서정주 공저로 1949년에 <시창작법(詩創作法)>을 내었고 - 이어 산문, 실용문에 대한 글쓰기의 지도서인 <문장강화>를 윤백과 함께 내었습니다. 박목월과 윤백의 작문법 내용 중 한 챕터인 '작문의 실제' 부분은 학문사(學文社)의 『대학국어』와 『교양국어』에 채택되어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대학생들이 글쓰기의 실제에 대해 공부하는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문장강화의 박목월 선생의 후기를 보면 윤백이 집필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아래 사진)

 
문장강화 중 박목월 후기 © 1953 계몽사, 국립중앙도서관 nl.go.kr

  이후 윤백 선생은 학생을 위한 도서에 힘써서 <학생을 위한 서양문학감상(學生을 爲한 西洋文學鑑賞), 대건출판사, 1955>과 학생용 논문 지침서인 <학생논문작법(學生論文作法), 동서문화사, 1956>을 내었습니다. 수필집은 <풍령기(風鈴記), 이상사, 1962>, 시집은 <미제(未題), 이상사, 1978>를 남겼습니다. 그의 시와 수필의 단편들은 신문에 발표한 것이 남아 있는데 아래에 시 하나를 볼 수 있습니다.

연합신문 1949년 3월 3일자 지면 발표 윤백 <전차정류장> © 1949 윤백, 연합신문(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nl.go.kr/newspaper

  그의 산문과 운문은 프란츠 카프카가 한글을 패치하고 글을 쓴 느낌이 완연합니다. 윤백 선생은 이상(李箱, 1910-1937)의 계보를 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작가가 왜 여태껏 주목받지 못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과수원의 세레나아드는 일본어를 번역한 것뿐이라 그의 문학 경향인 아방가르드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책을 소개한 역자의 서문이 아래에 있습니다.

과수원의 세레나아드 서문 © 1960 문호사, 국립중앙도서관 nl.go.kr

  아래 자료는 소설 본문의 한 면과 후기 부분 일부입니다.

 
과수원의 세레나아드 본문 일부 ; 후기 일부 © 1960 문호사, 국립중앙도서관 nl.go.kr

  신지식 여사의 번역물처럼 59년이 지난 지금에 보아도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무라오카 하나코 일본어판의 특징인 권말에 루시 모드 몽고메리 여사에 대한 많은 정보가 후기로 보입니다. 윤백 선생은 후기 부분도 생략하지 않고 모두 번역하여 루시 모드 몽고메리에 대한 자세한 관련 정보를 국내 최초로 소개했습니다. 캐나다 본국에서도 희소한 <과수원의 킬머니>가 <빨강머리 앤> 소설보다 먼저 번역된 것은 문호사의 <의사 지바고>의 히트로 인한 외서에 대한 출판사의 노력과 50~60년대 윤백 선생의 활발한 저작 활동이 겹쳐진 결과물일 것입니다.
  이상으로 우리나라에서 루시 모드 몽고메리 여사 작품의 두번째 한글 번역은 <과수원의 세레나아드(과수원의 킬머니; 과수원의 세레나데), 윤백 역, 문호사 간, 1960>임을 밝혔습니다.

참고 도서
1. 『문장강화』, 박목월·윤백 저, 계몽사, 1953
2. 『과수원의 세레나아드』, 윤백 역, 문호사, 1960

특별히 감사한 분 : 이석근 교수

* 윤백 시 <전차정류장, 1948>은 최대한 판독하려고 노력했으나 일부 단어는 판독하지 못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 신문 아카이브에서 원본을 볼 수 있사오니 불분명한 판독에 대한 고견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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