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의 쿠킹오븐 빨강머리앤 연구

   오랜만에 빨강머리 앤에 관련된 따뜻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8세기 말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주거의 대변화와 함께 주방의 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벽난로에 솥을 걸어 놓고 조리하거나 화덕에 나무를 때어 빵을 굽던 18세기 요리에서 벗어나 19세기부터는 오븐, 레인지, 스토브에 의한 석탄을 주연료로 사용하는 가열기구가 발달하게 됩니다. 북미 역시 영국과 식생활이 같으므로 대부분의 주방 문화를 그대로 따라서 스토브, 레인지, 오븐이 주방에서 사용되었습니다.

 
<타샤 튜더의 돌하우스 키친, 일본 빅토리안 스토브 구조도 (c) Mary Pat flickr.com, Keihan Engineering handinhandjp.com>

   빨강머리 앤의 시대는 19세기 말이므로 빅토리아 시대 주방이 가장 발달한 시대여서 현대의 요리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듯 앤은 마릴라의 지도편달 아래 초콜릿 케이크(브라우니)를 직접 만들었고 샬럿타운에 다녀왔을 때는 통닭구이를 마릴라가 만들어 주었습니다. 두 가지 요리의 기본 도구는 오븐임을 극명하게 알 수 있으므로 빨강머리 앤에 나오는 오븐은 어떤 오븐인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나무 때는 것으로 묘사된 초록 지붕집 스토브, 계란과 베이컨 요리 (c) 1979 Nippon Animation aogg.egloos.com>

   빅토리아 시대 캐나다의 오븐은 미국의 것과 비슷하거나 같았으나 석탄을 주요 연료로 고안된 영국의 것에 더 큰 영향을 받아 영국의 것을 재현한 제품이 널리 쓰이고 있었습니다. 미국 개척시대의 생활을 자세히 나타낸 <초원의 집>에는 스토브가 자세히 묘사되는데 반해 <빨강머리 앤>은 로맨스 소설이라서 오븐이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초록 지붕집에 스토브가 그대로 전시되고 있고 그것을 니폰 애니메이션의 제작자가 그대로 그려서 애니메이션을 통해 잘 알려졌습니다.

 
<샬럿타운 더 패트리어트 지(The Patriot)의 1878년 5월 9일자 파이어킹 쿠킹 스토브 선전,  초록 지붕집의 실제 스토브 (c) none aogg.egloos.com, 2012 Michael Bose flickr.com>

   당시 대표 브랜드는 Grander, Wehrle, Garland, Michigan 등이 북미의 대표였으나 초원의 집에는 'PAT'(특허라는 단어의 약자인지 브랜드명인지는 확실치 않음)가 나오고 빨강머리 앤에 나오는 스토브는 캐나다 뉴브런즈윅 생산의 '파이어킹(Fire King)' 제품입니다. 초록 지붕집에 있는 파이어킹 스토브는 윗쪽에 오븐이 있는 오븐 겸용 스토브로 애니메이션에는 나무를 때는 것으로 묘사되었으나 - 나무를 연료로 사용해도 됨 - 원래 석탄을 때는 오븐입니다. 현재 초록 지붕집에 남아 있는 것이 그러할 뿐 빅토리아 시대 당시 농촌지역은 보통 나무 스토브를 사용했으므로 애니메이션의 재현이 맞습니다. 스토브의 재질은 마징가Z를 만드는 것과 동일한 무쇠강철입니다.

 
<브라우니를 오븐에 넣는 앤, 겨울 거실의 앤 (c) 1979 Nippon Animation aogg.egloos.com>

   현대의 주방과 난방에 주로 사용되는 가스는 당시에는 주로 석탄가스를 이용하여 조명으로 사용한 가스등이 그 예입니다. 현재의 모양과 별 다르지 않은 가스레인지는 이미 있었으나 위험성과 비용 때문에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도시 지역에서 보급되기 시작했고 애번리는 농촌지역이라 가스등 및 가스레인지가 없었고 전기도 처음 보급되던 시기라서 조명으로 사용되어 앤이 시낭송 하는 에피소드의 호텔 장면에 나옵니다. 전기와 가스는 비용 및 안정성 때문에 20세기에 들어서서 조리에 자주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19세기의 가스레인지 (c) 1875 Goodwin Gas Stove & Meters Co. faculty.uml.edu>

   빅토리아 시대 요리의 빈티지한 느낌을 재현하는 주요 도구로서의 스토브는 앞쪽에 장식이 달리고 연통이 벽쪽으로 나게 되며 응접실이나 거실의 주요 난방 역할을 하는 벽난로와 함께 그것 그대로 빅토리아 시대 스타일을 만들고 난방 역할을 합니다. (최상단 타샤 튜더 사진 참고) 또 스토브 윗면에 구멍이 나있어서 프라이팬, 냄비 등의 조리기구를 사용할 수 있게 레인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대개 구멍을 열지 않고 연료를 태워서 쇠 자체를 가열하고 그 위에 조리기구를 얹어서 조리합니다.

 
<마릴라의 초대요리, 앤의 레이어 케이크(진통제가 향료로 들었음) (c) 1979 Nippon Animation aogg.egloos.com>

   조리에 사용하는 오븐이나 레인지를 난로라는 뜻의 스토브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보통의 용도로 난방에 사용하기에 그러합니다. 벽난로나 스토브가 없는 앤의 방은 무척 추워서 겨울에 공부할 때는 스토브 앞에 있는 것으로 애니메이션에서 잘 묘사되었고 가습기 역할을 하는 물 끓는 주전자가 같이 묘사되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 레인지와 오븐의 문제점은 불의 세기를 조절하는 장치가 앞쪽의 공기 조절구 외에는 없어서 숙련된 주부만이 훌륭한 오븐 요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의 첫머리부터 마릴라는 능숙한 살림꾼이라고 해설이 되어 있으므로 요리에 실패한 경우가 없지만 앤은 공상을 하다가 매슈 아저씨의 간식을 태웠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기술과 숙련도 및 집중력이 있어야 조리를 할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 빅토리아 시대 실제 스토브로 요리하는 동영상을 참고하세요.



   온도 조절조차 안되는 오븐을 가지고도 100년 전에 앤과 마릴라가 훌륭한 요리를 만든 것은 좋은 오븐이 없어서 요리를 잘 못만든다고 탓하는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한다.' 라는 격언의 귀감이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스오븐레인지, 전자레인지, 인덕션레인지, 광파오븐 등 빨강머리 앤 시대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가열기구가 많으니 라면만 끓여 드시지 말고 제대로 된 요리를 해서 드시기를 로맨티스트가 권장합니다.

이글루스 가든 - 빨강머리 앤과 함께 하는 삶

덧글

  • aurai 2013/06/04 22:52 # 답글

    저는 빨간머리 앤 중에서도 특히 요리하는 부분을 정말 좋아했었어요 이렇게 보니 반가워서 덧글 남깁니다. 잘보고 가요! *.*
  • 로맨티스트 2013/06/05 14:28 #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빨강머리 앤의 빅토리아 요리의 세계를 항상 연구하고 있습니다. 좋은 정보 계속 취합하여 게시하도록 하겠습니다.
  • 놀이하는인간 2013/06/06 21:48 # 삭제 답글

    아 뭔가 아기자기한 느낌이에요. 아기자기한거 좋아해요 ㅋㅋ 당시에는 불 한번 피우려면 엄청 귀찮고 지저분했겠지만...
    소중한 동영상 자료까지 같이 올려주셔서 더 재밌네요! 동영상에 나오는 작은 스토브도 오븐이 있군요.
    초록 지붕 집에 있는 스토브는 고급형이었던 것 같아요.
    그나저나.... 19세기식 스크럼블에그와 삼겹살(?) 먹음직스럽군요~
  • 로맨티스트 2013/06/07 12:06 #

    커스버트 댁 초록 지붕집이 좀 있는 집안이거든요. 재봉틀과 럭셔리한 오븐이 있었으니까 확실하죠. 젤 위에 구조도에 나오는 일본의 오븐은 초록 지붕집 것보다 좀 더 좋은 모델인데 가격이 89만엔(천만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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