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만화 보물섬의 정영숙 순정만화 빨간머리 앤 빨강머리앤 관련문학

   빨강머리 앤 만화에 있어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1985년 KBS에서 방영되기 전에 이미 우리나라에 콘텐츠가 존재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것이 정형화 되기 전에 나온 것이라 애니의 영향이 없는 순정만화로서 1982년에서 1983년까지 만화잡지 <보물섬>에 정영숙 선생이 6회에 걸쳐 연재한 빨간머리 앤이 그것이었습니다.
   1970년대 어린이, 청소년 잡지에 인기 있는 콘텐츠로 만화가 포함되어서 우리나라 만화의 발전을 이루기 시작했는데 별책 부록에는 전체가 만화였고 순정만화를 위시한 소녀를 위한 콘텐츠도 많았습니다. 이때 일본의 순정만화 콘텐츠가 우리나라에 들어 와서 정영숙, 김영숙, 황수진을 주축으로 소녀 콘텐츠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순정만화 대부분의 콘텐츠는 일본의 것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었지만 1980년대 초반 만화 전문잡지가 창간되면서 많은 새로운 작가들이 출현하여 독창적인 우리나라 만화 콘텐츠가 확립됩니다. 그리고 그때가 전성기였습니다.
   <보물섬>은 원래 1967년 창간된 인기 있는 어린이 잡지였던 <어깨동무>의 별책이었던 것이 지금은 대통령이신 박근혜가 육영재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기획되어 1982년 10월 창간호가 출판되었습니다.

 
<보물섬 1982년 10월 창간호 표지와 빨간머리앤 챕터 일러스트 (c) 1982 육영재단, 양덕진 aogg.egloos.com, blog.naver.com/yang3995>

   만화 잡지로는 한국 최초인 <보물섬>은 1980년대 우리나라 만화 콘텐츠의 주축이었고 80년대 후반부터는 순정만화만 따로 만화잡지가 창간되어 이후 소녀 콘텐츠의 전성시대를 낳게 하였습니다. 70년대에 일본 순정만화의 붐이 이가라시 유미코, 와타나베 마사코, 이케다 리요코, 다케미야 게이코 등에 의해 만들어진 것처럼 그것을 우리나라에 전파했던 대표 순정만화 작가 정영숙(1948년 2월 17일생) 선생은 베르사이유의 장미, 유리의 성 등의 일본에서 히트한 순정만화를 197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80년대 초에는 원숙기에 이르러 일본의 스토리를 배제한 자신만의 스토리로서 보물섬 창간호에 빨강머리 앤을 연재했습니다.

보물섬 빨간머리 앤 연재 데이터
1회 : 1982년 10월호(창간호)
2회 : 1982년 11월호
3회 : 1982년 12월호
4회 : 1983년 1월호
5회 : 1983년 2월호
6회 : 1983년 3월호

   이후 회차부터는 신작 <사랑의 요정>을 연재했고 보물섬의 대표 순정만화 작가로 계속 일했으나 1970년대 일본의 콘텐츠에 비견될만한 작품은 나오지 못하였고 1980년대 말 순정만화 잡지가 따로 창간되면서 은퇴했습니다. 빨강머리 앤 애니메이션이 나오기도 전에 - 일본도 1979년 애니메이션이 나오기 전에는 빨강머리 앤의 인기가 그리 대단치 않았습니다. - 인기 만화를 창작한 정영숙 선생의 업적은 일본 콘텐츠의 표절을 넘어서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보물섬 창간호부터의 인기 작가들인 강철수, 윤승운, 이현세, 이상무, 허영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작가였고 보물섬 창간호 작은 표지 모델에 앤 셜리가 등장한 것은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보물섬은 우리나라 순수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기원입니다. 창간호부터 현재 한국 만화의 거목들이 모두 참가했고 새로운 신인이 발굴되었고, 1983년 4월호부터 아기공룡 둘리가 연재되기 시작하였으며 순정만화 콘텐츠에 달려라 하니(이진주 작, 남녀 구분 없는 장르), 요정 핑크(김동화 작)가 연이어 인기를 끌었습니다. 순정만화라는 장르에 거의 최초의 창작으로 빨강머리 앤으로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정영숙 선생은 이미 1970년대에 <키다리 아저씨>를 그렸고 소녀 콘텐츠로서 일본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만의 그림체로 독창적인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는 것이 그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실물로 증명하기 위하여 정영숙 선생의 빨강머리 앤을 준비했습니다. 컬러였습니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보물섬 정영숙 빨간머리 앤 만화 일부 내용 (c) 2013 꼬마마법사 appletea.hubweb.net, aogg.egloos.com>

   1970년대와 80년대 정영숙 만화에 먹선, 톤, 채색 작업을 하던 모든 문하생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빨강머리를 가진 여자는 시집을 못갑니다. 아아, 절망입니다.

덧글

  • 링고 2013/05/16 16:13 # 답글

    정영숙님의 앤 셜리는 정말 미인이군요. 따로 단행본을 구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 로맨티스트 2013/05/18 09:30 #

    앤 셜리 미인화 프로젝트가 한국에서는 이미 1982년에 시작되었다는 증거였습니다. 이가라시 유미코의 빨강머리 앤이 1990년대 말에 나온 것을 생각하면 정영숙 선생은 정말 시대를 앞서 갔습니다.
  • 청솔모 2013/05/16 21:54 # 답글

    고등학교때 저의 옆반에 정영숙의 딸이 있었습니다 .
    다짜고짜 찾아가( 너의어머니는 나의 우상이었다!) 라고 했는데
    다음날 그친구가 말하길 엄마가 (그때는 기억하기도 싫다. 지긋지긋하다 )라고하셨다네요

    그 당시 만화가 지망생이었던 전 조금 충격받았어요 ^^
  • 로맨티스트 2013/05/18 09:35 #

    예, 위대한 분은 항상 험담을 듣게 됩니다. 이런거 저런거 다 신경 쓰면 창작은 못하는 건데 그런데도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 후엔 생각하기도 싫은 것은 당연한 것이죠. 현재 연로하신 모든 예술가들은 다 그럴 겁니다.
  • lime 2015/07/23 08:09 # 삭제

    그 당시 만화가 들은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 시절 만화에 째려보는 눈매도 부드럽게 그려야 했던 시절이었죠. 로맨티스트님 말씀대로 이런거 저런거 다 신경쓰면서 창작을 하긴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디지털이 없이 모든 배경과 머리카락 한올까지 다 일일히 직접 손으로 그려야 하는 시대였고 그러니 얼마나 힘든 작업이었을지 상상이 안갑니다. 그 시대 만화가 선배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 잠본이 2013/05/17 17:05 # 답글

    "아니 이건 술냄새! 앤이 술을 먹이다니!!!"
    다이아나 엄마의 이 대사가 참 인상깊었죠. 아무리 실수라고는 해도 아동잡지에서 어린이 음주를 본격적(?)으로 다룬 장면...
    저 버전의 앤과 다이아나가 너무 미인이다보니 아니메판은 상대적으로 후줄근해 보여서(실은 그게 더 정상이건만?) 어라 싶었던 기억도 OTL
  • 로맨티스트 2013/05/18 09:41 #

    오, 보셨군요. 전 못봤는데 후에 아카이브 찾아서 보다가 앤이 결혼하는 것까지 앤 시리즈 전체가 내용이라서 무척 놀랐습니다. 미스 라벤더, 폴, 도라, 데이비 다 나오더군요. 보물섬 창간호 등 초반 권들은 경매에 10~30만원 정도라서 아직 소장은 못하고 있습니다.
  • 영숙이 2013/08/04 10:53 # 삭제 답글

    영숙이아지매가
    이런순정만화를
    만들었다고?푸하핫
    이런말도안되는소리를
  • 로맨티스트 2013/08/04 13:58 #

    정선생님께서 친히 왕림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그럼요. 지나고 나서 보면 이런 거죠. "신이시여, 정녕 이것을 제가 만들었습니까?" 항상 건강하세요.
  • 70년생 2014/05/08 11:03 # 삭제 답글

    1970년대에 태어난
    세대들의 추억의
    만화잡지 보물섬!
  • 로맨티스트 2014/05/08 14:56 #

    추억의 뒤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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