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 빨강머리 앤을 중심으로 5 빨강머리앤 연구

  중세가 되면 빨간 머리 역사 인물들은 한결 더 강렬해집니다. 존경을 받기도 하고 미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 인물의 대부분은 위대한 성취와 관련이 있습니다. 중세에는 의외로 빨간 머리에 대한 인종적인 편견은 별로 안보이지만 15세기말 르네상스 시대 격변기가 되면 빨간 머리의 부정적인 편견이 시작됩니다. 즉, 빨간 머리에 대한 편견은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에 이은 근세부터 근대에 이르러 형성된 것입니다. 중세에는 정말 그런 편견이 없었는지 실제 인물로서 살펴보겠습니다.

   역사 인물

4. 중세

  서기 476년 서로마가 멸망하면서 5세기말에 프랑크 왕국(현재의 프랑스)이 세워진 이후 가장 위대한 왕으로 꼽히는 카롤루스 대제(샤를마뉴, Charlemagne; Charles the Great, 742년경~814년)가 빨간 머리입니다. 그는 동로마제국에 반대되는 신성로마제국의 초대 황제가 되었고 문화면에서 서유럽의 기반을 닦은 왕이라고 언급됩니다. 5세기에서 9세기까지의 프랑크 왕국의 대표 인물기도 하며 그가 그시기 최대 영토를 만들었고 유럽의 통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항상 언급되는 인물입니다.
  영국 중세사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빨간 머리 정복왕 윌리엄(William the Conqueror; William I of England, 1028~1087년)은 노르망디 공국을 서프랑크 왕국과 대등할 정도로 발전시켰으며 1066년 잉글랜드를 침략하여 노르만 왕조를 세웠습니다. 평민 출신에게서 태어나서 근본을 모른다 하여 서자왕 윌리엄이라는 칭호와 함께 그것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전쟁마다 승리하여 정복왕 윌리엄이라는 칭호도 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인 자신들로서는 대륙의 침략을 받은 왕조라 썩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특히 노르만 왕조는 1169년 아일랜드를 침공하여 이후 700년간 직할령으로 통치함으로서 아일랜드인에 대한 편견과 영국에 대한 불신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노르망디의 귀족들이 영국으로 다수 건너가서 문화를 전파하면서 영국 신사(젠틀맨)의 시초를 이루게 됩니다.
  그의 아들들인 로베르 2세에게는 노르망디를, 윌리엄 2세(William II of England; Guillaume le Roux, 1056~1100년)에게는 잉글랜드를 나누어 물려주었지만 로베르 2세가 제1차 십자군원정에 출정하여 돌아온 후 헨리 1세가 전쟁을 통해 다시 통합하고 후에 섭정여왕 마틸다(모드)로 이어집니다. 윌리엄 2세 역시 빨간 머리 또는 붉은 얼굴이어서 루퍼스 더 레드(Rufus the Red)라는 칭호를 첨가합니다.

  
<카롤루스 대제, 정복왕 윌리엄 테피스트리, 윌리엄 루퍼스 (c) 2011 liferealities.wordpress.com, 1490s en.wikipedia.org, 2010 thepeerage.com>

  신성로마제국의 융성기에 프리드리히 1세(Frederick I, Holy Roman Emperor, 1122-1190년)는 금발로 기록에 남아 있지만 특이하게 수염이 붉은색이어서 그 뜻의 이탈리아어로 바르바로사(Barbarossa)라는 칭호를 첨가할 정도로 유명한 붉은 수염이었습니다. 제3차 십자군원정에 사자심왕 리처드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가던 도중 익사하여 죽었습니다. 그의 손자인 빨간 머리 프리드리히 2세(Frederick II, Holy Roman Emperor, 1194~1250년)가 아버지 하인리히 6세를 이어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되어 교황의 도움 없이 제6차 십자군원정에 참여하여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사별한 아내에 이어 예루살렘 왕의 외동딸 이사벨(욜란데, Isabella II of Jerusalem)과 결혼하여 예루살렘의 왕의 칭호도 가졌습니다.
  한편 잉글랜드의 마틸다 여왕의 아들인 헨리 2세(Henry II of England, 1133~1189년)도 빨간 머리입니다. 그와 정치적 갈등을 겪게 되는 아들 리처드 1세(Richard I of England>, 1157~1199년)도 역시 빨간 머리입니다. 리처드 1세는 제3차 십자군원정에 참여하여 살라딘과의 전쟁에서 예루살렘을 점령하지는 못했지만 휴전을 체결했고 십자군에 참여한 영국왕과 중세기사의 전형적인 영웅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중세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사자심왕 리처드(Richard the Lionheart)'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빨간 머리 역사 인물들이 편견을 극복한 위대한 성취와 관련 있다는 것에 예외가 없습니다.

  
<프리데릭 바르바로사 테피스트리, 헨리 2세 초상화, 영화 로빈후드의 사자심왕 리처드 (c) 2010 medievalists.net, 1490s en.wikipedia.org, 2010 fanpop.com>

  그리고 신대륙을 발견하여 중세를 끝내는 인물인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 1451~1506년)도 빨간 머리입니다. 또한 그를 후원하고 현재 스페인 영토를 이룩한 이사벨 1세(Isabel I de Castilla, 1451~1504년)도 적금발로 표현되는 빨간 머리입니다. 후대에 영국이 해양권을 장악하기 전까지 신대륙의 모든 영토를 식민지를 가지게 되는 초석을 다진 인물입니다.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해낸 인물로 유명한 잔 다르크(Jeanne d'Arc; Joan of Arc, 1412~1431년)는 역시 적갈색의 빨간 머리로 중세 시대의 마녀 화형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영국에서는 부정적으로 그려지지만 프랑스에서는 당연히 성녀이고 빨간 머리가 가지는 상징 그대로 영국의 부디카와 연결되며 현대에도 그녀에 대한 많은 콘텐츠를 통해 투영됩니다.
   그렇게 1492년 신대륙이 발견되고 지리상의 발견이 본격화되면서 중세시대는 막을 내립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초상화, 조르디 사발 지휘 이사벨 1세 음반 커버, 빨강머리앤 14화 장면 (c) 1519 en.wikipedia.org, 2004 Alia Vox boxset.ru>

  중세의 빨간 머리가 왜 의외로 편견이 없는지 위의 실제 인물로서 증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황과 교권이 왕을 임명하고 파문하던 중세시대였지만 왕이 빨간 머리이니 애써 빨간 머리에 부정적인 편견을 뒤집어 씌울 필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빨간 머리 왕 앞에서 홍당무(Carrots)라고 놀려대면 최소한 위의 사진처럼 석판이 날아오거나 아니면 목이 잘릴테니까요.

   "Carrots! Carrots!" ... "You mean, hateful boy!" she exclaimed passionately. "How dare you!" And then--thwack! Anne had brought her slate down on Gilbert's head and cracked it--slate not head--clear across.
   "홍당무! 홍당무!" ... 앤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이 비열하고 나쁜 놈아!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해!" 그런 다음 '퍽!' 하는 소리가 났다. 앤이 석판을 길버트의 머리에 내리쳐 두 동강을 내버렸다. 머리가 아니라 석판을. <빨강머리 앤 15장, 김양미 번역>

  이제 빨간 머리의 편견이 시작되는 근세의 역사 인물에 대한 설명입니다. 중세말의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 맞물려서 정치적 인물에게서 빨간 머리에 대한 편견이 실제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먼저 르네상스 문화의 주요 콘텐츠인 근세의 미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실제 인물보다는 회화를 위주로 설명되어야겠네요. 매우 긍정적입니다.

5. 근세

ㄱ. 미술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고 다방면에 재능이 있다는 뜻의 르네상스인의 전형이라는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년)가 금발 또는 빨간 머리입니다. 생애의 어린 시절은 사생아로서 루시 모드 몽고메리 여사가 즐겨 쓰는 불우한 어린 시절 테마의 그대로를 살았고 안드레아 델 베르키오의 도제로 그림을 배워서 위대한 예술가가 되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는 갈색 머리이지만 다른 많은 작품에서 빨간색 계열 안료를 매우 빈번히 사용했고 당시 기존의 인물 묘사와 다른 방식으로 가롯 유다를 그리면서 빨간 머리를 부여해서 현대에도 그렇다고 믿어지는 그것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빨간 머리만이 빨간 머리를 놀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직접 실행한 인물이고, '암굴의 성모'에서는 성모 마리아까지 모든 인물에 빨간 머리를 부여했습니다. 다른 작품에서도 아기 예수에게는 일관된 옅은 빨간색의 고수머리를 부여해서 현대에는 절대로 예수는 빨간 머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예수도 빨간 머리였다라는 말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작가 맘입니다.


<몇몇 인물 외에는 모두 빨간 머리 계열인 복원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작 최후의 만찬 (c) 1498 Leonardo da Vinci Santa Maria delle Grazie bringyou.to>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젊은 시절 피렌체의 베르키오 공방에서 같이 활동하던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년)는 고대신화 회화 대표 화가라고 생각될 정도로 유명한데 그는 빨간 머리가 아니었지만 여신과 종교 인물에게 빨간 머리를 부여한 많은 작품을 그렸습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회화인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작품에서는 원래 고대로부터 내려 오던 비너스의 금발에 적색을 가미하여 적금발로 표현하면서 현대 비너스의 이미지를 창조했습니다.


<산드로 보티첼리 작 적금발 비너스의 탄생 (c) 1482 Sandro Botticelli faculty.txwes.edu>

   한편 베네치아에서는 티치아노 베첼리오(티치아노; 티티안; 티션, Titian; Tiziano Vecellio, 1488년경~1576년)가 르네상스 시대 최대의 빨간 머리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그는 금발이나 흑발의 경우 정확히 필요할 때는 그것 그대로 그렸지만 그를 대표하는 회화의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여신이나 인물이나에 관계 없이 여성은 모두 밝은 빨간 머리로 나타내어서 그것이 그의 화풍에 매우 특이한 점이 되어 티티안이라는 그의 이름 자체가 빨간색을 일컷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티티안(Titian)이라는 영어 단어로서의 정확한 의미는 '밝은 적갈색' 또는 '적금색'인데 오렌지색에서부터 빛 바랜 적갈색까지의 색상 범위를 나타내는 단어로서 빨간 머리를 일컷는 색상과 일치하여 그 단어를 빨간 색상 또는 빨간 머리색를 일컷는 단어로 사용합니다. 비슷한 예로 진한 갈색을 뜻하거나 사진 인화기법을 말하는 '반다이크 브라운(Vandyke Brown)'이 있듯이 그는 '티티안 레드(Titian Red)'라는 그를 상징하는 색상으로 현대 색채학에 영향을 끼쳤고 빨간 머리를 가진 사람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성모자헌축일을 묘사한 빨간 머리 소녀 마리아를 그린 티치아노 작 성모 마리아의 봉헌 (c) 1534-38 Tiziano Vecellio Gallerie dell'Accademia artmight.com>

   매우 긍정적이라는 것 때문인지 금발에게도 어필이 되어 티티안 블론드(Titian Blond)라는 단어를 같은 색상인 적금발을 표현하는 단어로 쓰는데 그것은 베네치안 블론드(Venetian Blond)라 하여 당시 베네치아 유행이었던 햇빛에 머리카락만 내놓아 색소의 파괴로 빛바래게 해서 금발로 만드는 염색법에 의한 금발이었습니다. 그 유행을 포착하여 티치아노는 자신의 색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매우 좋은 것은 적발 진영이나 금발 진영이나 서로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거죠. 티치아노의 색상은 1세기 전에도 같은 상징임이 빨강머리 앤에 언급됩니다.

    "At least I think it must be a compliment because of the tone he said it in. Part of it was anyhow. ... 'Who is that girl on the platform with the splendid Titian hair? She has a face I should like to paint.' There now, Anne. But what does Titian hair mean?"
"Being interpreted it means plain red, I guess," laughed Anne. "Titian was a very famous artist who liked to paint red-haired women."
   "적어도 그의 말투로 봐서 분명히 칭찬이라고 난 생각하는데. 어쨋든 칭찬하는 소리였어. ... '무대에 있는 저 빛나는 티티안 머리를 한 아가씨는 누군가? 내가 꼭 그려 보고 싶은 얼굴이군.' 하고 말했어. 정말이야, 앤. 그런데 티티안 머리가 무슨 뜻이지?"
앤이 웃으며 말했다. "내 짐작엔 그저 보통의 빨간 머리를 말하는 걸꺼야. 티티안은 빨간 머리 여자를 즐겨 그리던 아주 유명한 화가였거든." <빨강머리 앤 33장>

   여기까지는 매우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치 인물로 가면 부정적인 편견이 극명하게 시작됨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다음 게시물에는 근세의 정치 인물부터 계속 이어지겠습니다.

덧글

  • 놀이하는인간 2012/09/01 17:29 # 삭제 답글

    그동안 부정적인 인물은 빨간머리로 표현되어 왔는데
    근세에 와서 다빈치가 그리스도를 빨간머리로 그렸다니 대담하군요.
    '최후의만찬'은 저도 책에서 본 그림이지만 머리색상은 유심히 안 봐서 그냥 갈색으로만 봤었는데...
  • 로맨티스트 2012/09/02 17:18 #

    다 빈치 작품에서 아기 예수 머리색은 모두 옅은 빨간색이고 마리아는 금발에 빨간색이 가미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머리색은 붉은색 계열로 항상 그려졌습니다. 반면 당시 다른 모든 작가들이 배신자 가롯 유다의 머리색을 모두 빨간색으로 그린데 반해 다 빈치는 빨간색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짙은 갈색으로 그렸습니다. 그것은 다 빈치의 다른 모든 작품에서 인간 중심 사상이 들어 있는 것의 작은 예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그는 위대합니다.
  • 설아 2018/08/01 02:54 # 삭제 답글

    빨간머리앤 을보다. 티티안이란말을듣고 궁금해 검색해 보았는데
    새로운점을 읽고가네요
    한소설에 불과할거라 생각했는데 이런역사와도 연관이 잇어 잘 읽고 갑니다
  • 로맨티스트 2018/08/03 13:18 #

    감사합니다. 다른 정보들도 주욱~ 살펴 보세요. 재미난 게 많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HNR Web Pla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