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 영어 어휘 연구 - 퀴어(Queer) 빨강머리앤 연구

   일전에 사회복지 관련 어휘인 'Asylum'과 'Street Arab'에 대한 연구 게시물을 남긴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이슈가 되는 단어인 '퀴어(Queer)'에 대한 연구입니다. 영문학에서 여성학으로 연결되는 젠더와 페미니즘에 대한 내용입니다. 빨강머리 앤이나 아동문학 분야가 아니더라도 잘못된 점은 고쳐서 여러 연구의 소재와 아이디어로 삼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도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작성했습니다.

개요

   현대 영어에서의 퀴어는 대부분 동성애 관련 단어로 쓰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그 단어를 대체할만한 적확한 우리말이 없어서 영어 단어 그대로를 동성애를 가르키는 단어로 씁니다. 그러나, 그것은 1920년대 이후의 일이고 그전만 하더라도 퀴어는 동성애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단어로 쓰였습니다. 뜻은 정상적인 것이 아닌 색다른 것의 지칭하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의미로서, 현대 동성애와 관련된 의미를 제외한 일반 단어로 이상한, 기묘한, 색다른, 수상한, 어지러운 등의 뜻을 가진 형용사, 동사, 명사로 현재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퀴어라는 단어가 동성애와 그와 관련된 단어로서 매우 빈번하게 쓰이고 있어서 현대 영어에서는 본래 의미는 다른 단어로 쓰는 것이 일반화 되었습니다.
   1908년 빨강머리 앤 작품으로 그 예를 잘 볼 수 있는데 무려 14차례나 퀴어라는 단어가 쓰였습니다. 지금 같으면 백합소설로 의심될만한 어휘 사용이지만 단어의 뜻은 모두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 아닌 색다른 이상함, 기묘함 정도로 쓰여서 어느 곳에서도 동성애 관련 의미는 찾을 수 없습니다. 1920년대 전의 다른 문학작품에서도 일반 단어로 동성애를 가르키는 의미의 단어는 거의 찾을 수가 없습니다. 즉, 정상적이지 않은 색다른 것을 의미하는 단어였을 뿐입니다.
   영국 영어에서는 좀 더 빈번하게 쓰인 편인데 빚, 경제적 곤궁, 파산을 뜻하는 퀴어 스트리트(Queer Street)라는 관용어가 있습니다. 퀴어 스트리트는 런던의 케리 스트리트(Carey Street)의 별칭으로 빅토리아 시대에 파산법원이 위치한 곳이라서 파산과 관련된 뜻을 가진 관용어가 되었습니다. 일반적 의미의 퀴어는 현대 영국 영어에서 가끔 사용되고, 루시 모드 몽고메리 작품에서는 빈번히 앤을 가르키는 형용사로 쓰여서 모드 여사 작품의 어휘는 영국 영어의 영향이 많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의미의 변천

   독일어 'Quer(건너서, 횡단, 직각의)'와 연관되어 16세기 중세 영어에서부터 쓰이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 색다른, 이상한, 기묘한이라는 뜻이 변경된 적은 없다가 20세기 초부터 게이, 레즈비언을 일컷는 속어가 되었고 20세기 말에는 인문학 및 일반 단어로서 포괄적 의미로 동성애를 일컷는 말이 되었습니다. 인문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심리학과 사회학의 테두리로부터 시작하여 정신분석학, 성과학, 여성학 등에서 빈번하게 연구되는 주요 주제가 되었고, 퀴어는 20세기 말부터 사회 현상으로서 아젠다를 형성한 매우 민감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주제가 되었습니다. 게이(Gay)라는 단어가 프랑스어의 고어 'Gai'에서 비롯되어 12세기 영어에서부터 쓰이는 단어인만큼 사회적 단계에 따라 비록 비주류이기는 했으나 매우 큰 사회적 역사성이 있었고 변천이 있었습니다.
   퀴어가 20세기 말에 큰 이슈가 된 것은 사회학과 여성학의 페미니즘과 정치학에서의 아젠다의 부상, 법률에서의 인권과 매우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20세기 후반부터 퀴어는 이성애와 구별되는 동성애를 지칭하는 단어일 뿐만 아니라 이성애 중에서도 트랜스젠더 등의 소수를 이루는 것과 함께 정치,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 또는 그 집단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단어로 쓰이기 시작합니다.

페미니즘과 젠더와의 관계

   퀴어의 사회적 행동과 법률, 정치에서의 발전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의 페미니즘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의 주제인 여성의 권익 향상을 위한 행동으로 참정권을 얻고 점차 여성의 정치 참여가 늘고 여성을 위한 법률이 정비되었듯이 100년 후 퀴어는 그것의 사회적 행동을 이어받아 문화 및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를 위해 커밍아웃을, 이성애 남녀만 하던 결혼을 일부 국가에서는 동성 커플도 법률적 인정을 받는 결혼을 하는 것 등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이 여성의 권익을 위해 지속되다가 1980년대 침체기를 맞은 이후 퀴어가 사회 전면에 등장하게 되어 이에 자극을 받은 페미니즘은 퀴어의 요소를 받아들여 '퀴어 페미니즘'이 근간 페미니즘의 주요 주제가 되었습니다. 즉, 여성학에서도 여성에 속하지만 소외된 더 소수의 여성 권익을 위해 노력하게 된 자극제가 된 것입니다.
   퀴어는 동성애가 주된 주제이지만 이성애에서 소수를 위한 주제도 가지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같은 경우에는 성별 자체가 변경이 된 경우이기에 결과적 여성인 경우 여성학에 포괄적으로 포함됩니다. 그러나, 더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대처와 연구에서 개별 사항의 문제 대처에 유동적이지는 못합니다. 그것을 보완하는 취지에서 적용되는 것은 '젠더' 개념입니다. 젠더는 성별이라는 생물학적인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개인 심리와 그에 따른 성정체성도 포함한 성별이 그 대상이 됩니다.
   젠더는 후기 산업사회로부터 이미 오랫동안 경제학 연구와 마케팅 기법 등에 활용되어 왔고 심리적인 성별차를 이용한 상품 개발과 이윤 극대화의 방법으로 활용되었기에 퀴어의 범주는 젠더에 포함되어 더 세부적인 사항으로 진보하는 방향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여성학은 있는데 남성학은 없다라는 기초적인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안이 되기에 젠더에 대한 연구와 사회 현상의 분류는 더 세분화 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문화로서의 퀴어

   퀴어는 현대 사회에 생긴 현상이 아닙니다.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존재했다는 것을 유물과 기록으로 찾을 수 있고 성과학이나 정신분석학의 측면에서도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왔던 분야입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이 되면서 페미니즘 발전의 잇점을 수용하여 주류 문화의 소재로 응용되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인 것보다 특이한 것이 20세기 후반부터 어필되기 시작하였고 특이한 주제나 소재가 있어야만 문화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게 되자 그러한 소수의 문제가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페미니즘 - 퀴어 - 젠더의 관계는 불가분이 되었고 발전 단계도 무척 유사하여 그것을 활용한 여러 문학 작품과 문화 현상도 매우 유사합니다. 심지어 그 반대론자의 행동 양태도 유사합니다.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관대하지 않은 우리나라도 퀴어 영화제와 함께 여성 영화제도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러한 일련의 현상은 세계 문화와 역사의 측면에서 절대 비켜갈 수 없는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문학 작품의 예를 들면 1847년 출판되어 페미니즘 최초의 작품으로 인정 받은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가 있고 제인 에어에 영향을 받은 비슷한 부류의 작품이 20세기 초까지 널리 유행했고 20세기에도 로맨스를 좀 더 부각하여 대중소설로 인기가 높던 작품이 많았습니다. 그러한 소설 작품이나 그것을 콘텐츠로 삼은 드라마나 영화를 한 번도 안 본 이는 무척 드물 정도입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아동문학에 그런 페미니즘을 적용한 작품이 무척 많은데 그것들 가운데 빨강머리 앤도 존재합니다. 그 인기가 이어져 살아 있는 고전이 되어서 퀴어와 젠더가 부각되는 시기가 오게 되자 거꾸로 그것에 퀴어를 적용한 연구가 시작되고 그에 따른 문화 상품이 쏟아지게 됩니다.
   퀴어 자체가 문화 상품이 되는 경우도 많아서 세계 각지에서는 그것을 활용한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고 세부적인 상품도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일본 만화의 퀴어 콘텐츠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고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수시로 활용되는 소재 및 주제입니다.

결론

   영어에서 퀴어가 일반 형용사 등의 단어로서 가진 의미는 고전 문학 작품을 통해 널리 쓰였고, 20세기 후반에는 페미니즘 및 젠더와 연결되어 아젠다를 형성하면서 의미가 동성애 관련 단어로 바뀌는 것을 위에서 살펴 본 대로 영어는 같은 단어를 가지고도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뜻으로 쓰고, 시대에 따라서도 다르게 쓰며, 쓰는 주체에 따라 분야별로 다르게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퀴어는 비정상적인 문화를 가르키는 단어가 아니며 다소 인문학적인 단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퀴어의 의미를 왜곡 없이 정확히 이해하고 빨강머리 앤에서 나타나는 페미니즘처럼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겁니다. 무조건적인 반대나 증오가 아니라 소수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으면 부정적인 단어가 아닌 발전적인 단어가 될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겠습니다. 퀴어는 매우 소수의 문화임을 인식하고 반대론자는 그 소외된 소수를 정상적인 것으로 되돌리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이성애도 문제가 많습니다. 반면 동성애도 문제가 많습니다. 그러나, 퀴어라는 단어에서 보이는 것처럼 100년 전 동성애의 의미가 없었을 때 거리낌 없이 사용했던 것처럼 편견 없이 그 문제를 올바로 이해하고 개선시키거나 사회 문화의 일부분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관련 게시물
빨강머리 앤의 퀴어와 마라 구바 교수의 논문 : http://aogg.egloos.com/10271467
영화 코드46의 빨강머리 앤 : http://aogg.egloos.com/9760033
일본 남자성우 빨강머리 앤 드라마 CD : http://aogg.egloos.com/10097582
빨강머리 앤의 졸도에 대한 고찰 : http://aogg.egloos.com/10432081
빨강머리 앤 영어 어휘 연구 (Asylum, Street Arab) : http://aogg.egloos.com/10681975

참고 도서
젠더정치학 - 페미니즘, 정치학을 만나다 / 강경희, 김민정 / 한울 / 2011
페미니즘 : 차이와 사이 / 한국영미문학 페미니즘학회 / 문학동네 / 2011 외 다수

참고 논문
"Where Is the Boy?": The Pleasures of Postponement in the Anne of Green Gables Series / Marah Gubar / The Lion and the Unicorn / 2001 외 다수

참고 웹페이지
위키피디아 퀴어 : http://en.wikipedia.org/wiki/Qu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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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gladreader 2012/11/21 22:06 # 답글

    안녕하세요, 로맨티스트님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댓글을 달아봅니다^^ 한동안 고입 준비를 위해 바빠서 컴퓨터를 잘 할수도 없었는데 준비가 끝나고 여유가 생겨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ㅎㅎ 다름이 아니라 제가 얼마전에 빨강머리 앤 원서를 읽다 마지막 구절인
    'god's in his heaven, all's right with the world'에서 갑자기 해석이 아리송송하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위키피디아나 다른 포털에서 검색해서 pippa passes에 대해 찾아보니 이 마지막 구절에 관해서 해석이 분분하더군요. 혹시 그것에 대해 연구하신 게시물이 있으신지요? 만약에 없으시다면 이번에 혹시 정리를 해주실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ㅎㅎ 계속 궁금하더라구요. 물론 이제껏 나온 해석본의 마지막 구절 해석이 문맥, 앤이 종교적 서적이란 걸 고려해보면 맞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또 다른 의미가 없잖을까 하고 이렇게 질문 올려봅니다
  • 로맨티스트 2012/11/22 12:16 #

    빨강머리 앤을 평소에 좋아하니 예쁜 고딩이 될 겁니다. 오랜만입니다. 질문이 훌륭하군요. 빨강머리 앤뿐 아니라 다른 영문학 작품에서도 그렇게 궁금증을 가지면 진정한 연구자가 될 겁니다. 제가 보증합죠. 에... 해석 자체는 번역된 것대로입니다.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평화롭죠. 그 구절이 나온 배경이 중요한데 루시 모드 몽고메리 여사가 시가 첫사랑이라는 게시물을 남긴 적이 있는 것처럼 시에 대해 막대한 관심의 표출로 소설에도 시처럼 운률을 맞추었습니다. 초판 제목 밑에 브라우닝의 시에서 인용한 '이블린 호프'의 문구가 적혀 있는 것(그대는 아름다운 별 아래 태어나 넋과 불과 이슬로 만들어졌도다)은 잘 알려졌듯이 마지막 구절에 시로서 대구(시적인 것은 아니지만)를 맞춘 겁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여사 특유의 창작 취향인데 다른 작품에서도 다 그러합니다. '피파는 간다'에서 피파는 앤 시리즈의 필리파와 연결되고 무척 긴 시인데 피파는 베니스의 실크 공장에서 일하는 가난한 소녀 이름입니다. 1년에 하루인 휴일에 네 영혼을 구하는 내용인데 처음 부분의 창밖의 풍경을 묘사한 부분이 빨강머리 앤을 통해서 유명해졌습니다. 시에 대해서는 로맨티스트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노력해서 나중에 연구자든 누구든 흥미를 가질만한 좋은 게시물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 로맨티스트 2012/11/22 1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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