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의 졸도에 대한 고찰 빨강머리앤 연구

   빨강머리 앤은 기절하기가 소원이었습니다. 그 기절은 고래의 멸종과 여성의 수난과 관계가 있습니다. 왠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하시겠지만 왜 그런지 알아 보겠습니다.

   빨강머리 앤에서 기절하고 싶어하는 것은 앤이 당시의 아름다운 여성은 대부분 졸도를 수시로 하는 것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기절하고 싶어했습니다. 앤은 낭만적인 것을 무척 좋아하고 평소에 무척 건강하기 때문에 졸도할 일이 없으니 해보고 싶었겠죠. 소설에서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The heroine had five lovers. I'd be satisfied with one, wouldn't you? She was very handsome and she went through great tribulations. She could faint as easy as anything. I'd love to be able to faint, wouldn't you, Marilla? It's so romantic. But I'm really very healthy for all I'm so thin.
  여자 주인공은 애인이 다섯 명이나 되요. 저라면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할 텐데 말이어요. 그렇죠? 그 여자는 무척 아름답지만 온갖 고난을 겪어요. 그리고 툭하면 기절하죠. 저도 기절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주머닌 안 그러세요? 너무 낭만적이잖아요. 하지만 전 이렇게 말랐는데도 건강 하나는 진짜 끝내주게 좋거든요. <빨강머리 앤 13장 중에서>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는 한가한 황야에서 다이애나와 같이 노는 장면에서 기절놀이를 직접 보여주었습니다. 아~~~~, 풀썩.

 
<빨강머리 앤 10화 기절놀이 (c) 1979 Nippon Animation, aogg.egloos.com>

   왜 당시 아름다운 여성이 수시로 기절을 했는가는 바로 코르셋의 착용과 그 부작용에서 기인합니다. 1900년대 이전 즉, 현대패션 이전에 여성의 필수적 의상으로 '코르셋(Corset)'이라는 속옷이 있었습니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구시대 여성의 필수적인 속옷이라는 것을 이미 모두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소재는 다르지만 코르셋과 같은 목적과 형태의 체형 보정용 속옷이 있고 서구 문화에 영향을 받은 우리에게도 가는 허리는 S 라인이라 하여 여성의 미(美)를 함축적으로 말하는 단어로서 그 명맥이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1900년 코르셋 선전 (c) Missing6 / Deja Vecu, flickr.com>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17인치 (c) 1939 MGM answers.com>

   코르셋을 착용하면 복부와 흉부를 압박하게 되어 호흡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되어 두뇌로의 산소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당시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은 소녀 시절부터 너무 과도한 착용으로 흉부와 복부 자체가 기형이 되어 조금만 흥분하면 산소 부족으로 수시로 졸도하게 된 것입니다. 17 인치도 굵은 허리였다고 하니까요. 여러 부작용이 이미 빅토리아 시대부터 있었고 빅토리아 여왕은 국민건강을 위해 솔선수범으로 과도한 코르셋 착용을 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나 지금이나 여성의 미를 위한 욕구는 부작용을 넘어선 것이라 유럽이나 북미의 대부분의 여성이 코르셋을 착용하고 허리, 복부와 가슴에 과도한 압박을 주어야 했습니다. 아래의 사진이 과도한 코르셋 착용에 의한 복부와 흉부의 변형 모습입니다.


<과도한 코르셋 착용에 의한 골격과 장기 변화, 착용 전 -> 착용 후 (c) costumes.org utoledo.edu>

   중국 여성의 전족과 빅토리아 시대의 개미 허리는 같은 관계가 있고 낭만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그 시대의 여성의 허리는 기본적인 고통이었고 그것이 미의 상징이었습니다. 앤이 페미니즘의 아이콘이 된 것은 건강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코르셋 같은 것에 구태의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슬픈 일은 코르셋을 만드는 소재에 고래수염이 들어 갔습니다. 지금은 합성섬유와 금속의 발전으로 그것을 대체하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코르셋의 형태를 지탱하는 뼈대로 고래수염을 능가하는 소재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고래의 남획에 여성의 미에 대한 욕구도 상당히 영향이 있었고 여성의 모자에 단 깃털 장식 때문에 타조의 일부 종류나 극락조 일부의 멸종이 있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렇게도 기절하고 싶어하던 앤은 조시 파이에게 지기 싫어서 위험한 게임을 하다가 지붕에서 떨어져서 기절하고 맙니다. 경축, 앤 소원성취!

   It was quite true. Overcome by the pain of her injury, Anne had one more of her wishes granted to her. She had fainted dead away. ... And I think I have been punished so much that you needn't be very cross with me, Marilla. It's not a bit nice to faint, after all. And the doctor hurt me dreadfully when he was setting my ankle.
  정말이었다. 앤은 고통을 참지 못해 그렇게 또 한가지 소원을 이루었다. 앤은 죽은듯이 기절했던 것이다. ... 게다가 절 불쌍히 여기실만큼 충분히 벌을 받았어요. 아줌마. 기절하는 것은 전혀 좋지 않았어요. 의사 선생님이 내 발목을 치료할 때 까무러치게 아팠거든요. <빨강머리 앤 23장 중에서>

   마릴라 아주머니가 나중에 한 말에 의하면 빨강머리 앤은 발을 다쳐서 기절까지 했는데도 혀는 전혀 다치지 않았으니 여성의 미에 대한 수난은 예쁘기만 하면 용서되고, 고래를 잡는 포경선은 '이 고래는 과학 실험용입니다'라고 적는 것은 비슷한 관계가 있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두 손에 잡히는 허리는 여성의 자랑이자 남성의 로망이고 S 라인은 모든 여성의 희망사항이라는 것이 현실입니다. 로맨티스트는 진정으로 앤처럼 기절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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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나인테일 2010/03/09 20:34 # 답글

    어헉.. 폐가 접혔어요..;;;
    잘못하면 간도 쪼개진다고 하던가요...
  • 로맨티스트 2010/03/10 16:34 #

    예. 간이 늘어나서 두동강이 되는 수가 있다고 하네요.
    빅토리아 시대에 그렇게 많이 죽었뎁니다.
  • rumic71 2010/03/09 21:25 # 답글

    기절이 유행한 건 빈혈 때문인 줄만 알았었는데...
  • 로맨티스트 2010/03/10 16:43 #

    빈혈도 이유에 포함됩니다. 소설에 정확히 왜 그런지 안나와 있으니까요.
    다만, 당시 대부분의 허약한 여성들이 코르셋의 부작용을 가지고 있어서 대부분 그렇다는 의미의 게시물입니다.
    더 연구하면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졸도나 다발성 요추부 척추분리증 같은 의학으로 들어가게 되겠죠.
    잘 지적해 주셨습니다.
    만화영화의 기절은 아무래도 코르셋 부작용을 생각하고 만든 것보다는 빈혈 등을 생각하고 만든 것 같습니다.
    밸런시가 나오는 블루 캐슬에 어머니 등에 레드펀 도포제를 발라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이 코르셋 부작용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 카제 2010/03/09 21:48 # 답글

    음...요즘여학생들도 기절같은거 꿈꾸긴하죠. 코르셋은 아니라 빈혈병약소녀를 연출하고싶어서...라는게 다른점일것 같지만...
  • 로맨티스트 2010/03/10 16:44 #

    약한 모습에 남성들이 보호본능을 일으킨다는 점은 로맨틱 드라마의 기본 컨셉인 것 같습니다.
    로맨티스트는 걍 졸도하고 싶습니다. ㅋㅋ
  • 旻♡미냥이 2010/03/09 22:14 # 답글

    그야말로 내장이 튀어나올것만 같은 코르셋;;
    17인치가 굵다니, 제가 지금 저 시대로 가면 전 비만돼지 확장이겠네요..OTL
  • 로맨티스트 2010/03/10 17:04 #

    OTL, too.
    극악의 시대에 13인치가 매력적인 허리 굵기였다고 하네요.
    무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붉은 여왕 시대도 아니고 말입니다.
    13인치가 넘은 것들은 목을 잘라라! 뎅겅!
  • 유로스 2010/03/09 23:09 # 답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엘리자베스가 코르셋 입고 기절하는게 나왔었죠;
  • 로맨티스트 2010/03/10 17:08 #

    넵. 진짜로 엄청 놀라서 기절한 게 아니라, 갑자기 흥분해서 숨을 못쉬어서 기절한 거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알죠.
    이제요.
    거장 빈센테 아란다 감독의 이탈리아 영화 '은밀한 교육 2'에 수시로 기절하는 공주가 나옵니다. 성인만 보세요. ㅋㅋ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10/03/09 23:34 # 답글

    어디서 보면 기절이 유행했던건 화장품에 납성분을 사용해서 라는 설도 있더군요.
  • 로맨티스트 2010/03/10 17:14 #

    네, 백옥미인도 당시의 미의 기준이라서 납 성분 화장품을 써서 그렇다는 설도 맞습니다.
    납중독의 증상이 구토, 실족, 기절, 시각장애니까요. 베토벤의 사망원인도 납중독이었다네요.
    빨강머리 앤에도 설화석고 피부 미인에 대해 앤이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베토벤께서도 백옥미인이 되시고 싶었나 봅니다. (민물고기를 많이 먹어서 납중독에 걸렸지만요.)
  • 샤브리나 2010/03/09 23:55 # 답글

    실상 현대시대에서 갑자기 기절한다는건 지금당장이라도 가정의학과에 가서 진찰 받아보지 않으면 40대때 합병증이 도달한다는 결론을 주변 지인들의 상황을 통해 익혔답니다........
    갑작스러운 기절=건강상의 치명적인 점이 있거나 사고가 있다는 것같아요......
    드레스는 이쁘지만 코르셋은 참.......
    빨강머리앤을 좋아하시는 분의 이글루를 뵈서 너무 좋네요;ㅁ; 링크신고합니다 저의 마음의 메르헨이 빨강머리앤이라서요
  • 로맨티스트 2010/03/10 17:18 #

    감사합니다. 링크도 해 주시고.
    지금은 기절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에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술 먹고 필름이 끊기는 분도 빨리 병원에 가보시고요. ㅋㅋㅋ
    오, 빨강머리 앤이 이제 메르헨의 경지에 오른 거군요.
    로맨티스트가 보람을 느낍니다. 감사.
  • 산왕 2010/03/10 00:23 # 답글

    요즘 마침 빨간머리앤 아니메를 보고 있는데 재미난 글이 많군요^^; 링크하고 갑니다~
  • 로맨티스트 2010/03/10 17:19 #

    애니메이션 팬의 기본이죠. 빨강머리 앤.
    링크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려요. _(__)_
  • 마스터 2010/03/10 01:02 # 답글

    안녕하세요. 밸리에서 눈에 띄는 제목이라 들렀습니다..^^

    ..그러고보니 비슷한 시대 그럭저럭 비슷한 지방인 '초원의 집'의 로라 잉걸스의 어머니가 처녀시절 아버지의 두 손으로 허리를 감쌀 수 있었다는 증언이 머릿속을 스쳐가는군요[.......]
  • 로맨티스트 2010/03/10 17:21 #

    네, 맞습니다. 초원의 집은 빨강머리 앤 연구자들에게도 비교 문학입니다.
    그 부분 외에도 너무나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드라마는 아예 빨강머리 앤의 영향도 있었고요.
    초원의 집 카테고리를 확인해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마스터님.
  • 책벌레 2010/09/30 00:20 # 답글

    중국 여성을 억압한 전족은 1949년 혁명이후 없어졌죠.
  • 로맨티스트 2010/10/01 14:46 #

    넹, 여성 수난사는 영구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성부가 존재하는 거겠죠.
  • ^^ 2016/07/12 00:57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수업시간 발표 준비에 올려주신 자료를 참고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출처를 반드시 밝히고 비영리 목적으로 활용하겠습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 로맨티스트 2016/07/12 16:13 #

    널리 활용하면 오히려 저에게 감사한 일입니다. 열공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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